눈물이 마르는 시간
눈물이 마르는 시간
  • 저자 : 이은정 지음
  • 출판사 : 마음서재
  • 발행연도 : 2019
  • ISBN : 9788965709053
  • 자료실 : [분당]문헌정보실
  • 청구기호 : 814.7-ㅇ843ㄴ
 미리 받아보는 12월 권장도서목록에서 고른 책은 <눈물이 마르는 시간>이다. 비고란에 딸린 설명은 “자기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보내는 작가의 위로”다. 인터넷에서 권장도서들을 하나씩 찾아보다가 결국 책 표지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기로 선택하고 말았다. 하얀 바탕에 까만 나뭇가지, 막 돋아난 듯한 초록잎들, 그 사이 촘촘한 빨갛고 작은 꽃들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한 가운데 높다란 나무 스툴에 앉아 고개를 들고 있는 여자가 미소를 띠고 있는 점도 한몫 했다. 눈물에 빠져있는 것이 아니라 마르는 시간이랬지... 
  제목이 이쁘고 표지도 이뻐 읽기 시작한 책은 읽어갈수록 처음 기대처럼 밝고 가벼움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무겁고 좀처럼 상승하지 못한 채 평균에 못 미친 듯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나타난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불행한 엄마를 보아온 작가 역시 가정폭력을 겪고 심지어 남편이 만취상태에서 가한 목졸림으로 칠년의 결혼생활을 끝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이 책을 한 여성의 생존기로 읽는다. 불행하게 끝난 결혼생활 이후 바닷마을로 산마을로 2년마다 옮겨 살기를 십여 년, 고통과 절망, 분노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기이다
  책은 조금씩 조금씩 작가가 감당하고 극복하게 되는 만큼의 고통만 문학의 외피를 입고 드러내기 때문에 문장 하나 글 한 편으로 작가가 겪은 총체적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가족 한 명, 이웃 한 사람, 길냥이 한 마리, 감나무 한 그루 그때그때의 만남과 성찰에 작가와 함께 머무느라 담채색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밖으로 활보하러 나가지 못하고 아직은 움츠린 듯한, 하지만 이제는 가만히 나갈 채비를 하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 솔직하고도 담담한 문장들의 글 한 편 한 편 들을 모자이크처럼 맞추어 나가다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작가의 전체 삶을 볼 때 그의 우울과 절망, 고통의 깊이와 크기를 짐작하게 된다
  시를 사랑하고 소설을 쓰고자 했던 작가는 2018, 글을 쓴 지 20년 만에 <개들이 짖는 동안>으로 동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지만 자신을 돌보고 자신에게 위로받는 통로는 수필이고 수필 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한다.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를 가지게 된다. 수필 쓰는 시간은 5년 전부터 마음 치료를 받으며 천천히 글을 쓰는 시간과 겹친다. “스스로 불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어설픈 초고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그 질문과 대답 들은 “때론 왜곡된 기억 속에서 양심을 찌르기도 했고, 때론 자기연민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게도 했다.” 작가는 이를 “자발적 위로”라고 부른다. “주로 울면서 썼고 가끔은 쓰고 나서 울었다”는 글이 묶여 한 권의 책이 되고 제목을 <눈물이 마르는 시간>이라 한다
  상냥하고 밝고 싱그럽기까지한 느낌의 책 표지나 제목, 글자 색은 카라바조에서 비롯된 테네브리즘을 생각나게 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보는 책 표지나 제목은 작가가 겪고 이겨나왔을 암흑을 배경으로 더욱 눈부시다. 그림 속 여자의 작은 미소를 보며 다시 한 번 평안을 기원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작가의 회복 비결이 무엇인가? 죽어도 문학에 목을 매고 죽겠다는 작가는 그 중에서도 수필의 진실함으로 “우울증을 씻어낼 수 있었다.” 수필의 진실함으로 그가 받아들인 인생의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가 읽은 바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자기돌봄을 통해 수필과 함께 다다른 인생의 진실은 수용이고 인내이자 내려놓음이다. 수필 같은 사람 으로 살고자 하는 이은정 작가를 이은정의 수필로 만나보시기를!
(작성자: 자원봉사자 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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