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은 어쩌다 포퓰리즘이 되었는가
상식은 어쩌다 포퓰리즘이 되었는가
  • 저자 : 소피아 로젠필드 지음 ; 정명진 옮김
  • 출판사 : 부글북스
  • 발행연도 : 2021
  • ISBN : 9791159201387
  • 자료실 : [분당]문헌정보실
  • 청구기호 : 340.1-ㄹ636ㅅ2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상식의 역사!
 
아리스토텔레스 과학의 전문 용어였던 “상식”이 민주주의의 수사적인 용어가 되고 공적 분야에서 비전문적인 의견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바뀌기까지, 그 긴 과정이 설명된다. 영국 명예혁명을 전후한 때부터 프랑스 계몽주의와 미국혁명을 거쳐 현재까지 350년에 걸쳐 상식이 정치적 문화적 개념으로서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더듬는다.
17세기 영국 보수주의 철학자들은 회의주의와 무신론을 타파하기 위해 상식을 동원했다. 반면에 유럽 대륙에서는 주로 진보주의 철학자들이 현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상식을 내세웠다. 또 토머스 페인을 비롯한 급진주의 사상가들은 상식을 무기로 미국 혁명에 불을 질렀으며, 20년 뒤에는 프랑스 반혁명 세력이 상식을 내걸고 혁명을 공격했다.
이렇듯 상식은 좌파와 우파 할 것 없이 어느 쪽에서든 반대자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자주 쓰였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급진주의자들은 현재의 정치 질서를 뒤엎거나 다시 세우기 위해서 상식을 외쳤다.
상식이라는 용어가 지닌 폭발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토머스 페인이 쓴 ‘상식’이다. 영국에서 코르셋을 제조하다 파산하고 식민지로 건너간 페인이 1776년에 쓴 그 책자의 제목이 ‘상식’이 아니고 처음 저자가 정한 대로 ‘명백한 진리’였다면 그 파괴력이 과연 그만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 너무나 근본적이어서 거의 의문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일부 개념들은 단지 그 공통적인 본질과 특히 공통적인 경험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이라는 사상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바로 거기에 상식의 파워가 있다. 누구라도 상식을 들고 나오면 그 사람의 경쟁자는 상식의 적이 되고 만다. 상식이라는 개념이 최고의 정치적 무기로 등장한 이후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다. 상식을 내거는 데는 좌파와 우파가 따로 없었다.
상식이라는 개념의 역사는 B.C.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모든 인간은 5가지 기본적인 감각, 즉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시각과 청각, 미각, 후각, 촉각뿐만 아니라 이 모든 감각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일종의 ‘공통적인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 이 공통 감각의 기능은 5가지 감각들이 받아들인 인상들을 서로 비교 통합하면서 이성과 별도로 감각의 대상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 공통 감각이 세월이 흐르면서 심리학이나 해부학의 영역을 벗어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상식이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뜻이다.
17세기 영국은 명예혁명을 거치면서 사회를 하나로 통합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때 제시된 것이 상식이었다. 이어 ‘스펙테이터’라는 잡지가 등장해 ‘상식’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지만, 그때부터 이미 상식은 자신의 의견을 널리 알리는 한편으로 반대 의견을 자르는 수사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런데 현대로 들어서면서 과거에 상식을 외치던 사람들의 주장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 문제들이 갈수록 더 복잡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탁월한 경제학자들과 과학자들까지도 금융 분야나 지구 환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공적 영역은 서로 다른 목소리로 넘쳐나고 있다. 공통의 문화가 공적 논의의 바탕이 됨과 동시에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기이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유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상식은 공적 생활에 관념적으로나 수사적으로나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현명한 판단이 특별히 요구되는 시대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제안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공통 가치들을 성공적으로 촉진시킬 필요도 있고 또 정치적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식’이라 불리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자유주의적 입헌주의와 전문 지식과 긴장 관계에 있는 상식은 민주주의라는 동전의 보다 집단적인 이면이다. 동시에 상식은 비공식적인 규제 체제와 정치적 권위로서 언제나 민주적인 이상을 훼손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개인들이 의식적으로라도 상식의 밖에 서서, 상식이 작동하는 복잡하고 막강한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참고: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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