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도시 : 그림으로 읽는 우리 시대, 한국 도시 인문학
철학이 있는 도시 : 그림으로 읽는 우리 시대, 한국 도시 인문학
  • 저자 : 우석영 지음
  • 출판사 : 궁리
  • 발행연도 : 2016
  • ISBN : 9788958203674
  • 자료실 : [분당]문헌정보실
  • 청구기호 : 104-ㅇ531ㅊ

“어느 한 장소를 자신의 거처로 선택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물리적 생명환경의 선택이지만 나아가 정신의 삶, 그 가능성 역시 선택하는 것이다.”

<철학이 있는 도시>는 삼십 대 초반에서 사십 대 초반까지 십여 년 동안 캐나다와 호주에서 공부하며 아시아, 유럽, 북미의 산과 숲, 호수, 도시를 도보로 여행했던 학자가 한국에 돌아와 처음 낸 책으로 사회비평산문이자 미술비평산문이다. 그는 미술산문들을 호주에 있을 때부터 쓰기 시작했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맞은 ‘한국 문화 충격’ 속에서 애초 생각과는 다르게 출간했다. 10여 년의 유학 후 돌아온 이의 눈에 ‘돌연 발각된’ 당대 한국의 도시,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및 도시인의 삶의 지형을 살피고, 나아가 이러한 도시삶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정신성의 뿌리는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비추어보이고자 했으며 이를 미술을 매개로 했다. 도시와 철학, 미술의 삼각형이다. 부제 “그림으로 읽는 우리 시대, 한국 도시 인문학”이 이해된다.

저자가 조명하는 도시와 도시인, 도시적 삶의 실상 내지 특징을 포착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장소정체성’이다. 어느 한 장소를 자신의 거처로 선택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물리적 생명환경의 선택이지만 나아가 정신의 삶, 그 가능성 역시 선택하는 것이다. “몸 바깥 세계와 사계절을 맞이하는 방식을, 우주의 질서와 교감하는 방식을, 수직·수평의 시감과 공간감을, 매일 걷는 길의 동선을, 집에서 나가는 시간과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의 품격을(즐거움과 괴로움의 수준을) 아울러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한 장소의 영향-장에 되풀이해서 놓이는 삶의 경험이 축적되면, 그 장소를 바탕으로 정체성이 구축되며 나아가 그 장소는 세계 이해의 감각적 기초가 된다.

반대로 그 장소의 상실은 장소정체성 상실로 이어져 정서 안정의 지반이 흔들리거나 붕괴될 수도 있다. 60여 년 압축성장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소개명령이든, 공권력이든, 전세 보증금 인상을 요구하는 주인이든,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 살던 터전에서 뿌리 뽑힌 경험을 한 이라면 ... 장소상실을 경험한 것이다.” 저자에게는 전후의 한국인 다수뿐만 아니라 이른바 2년 전세 아파트살이의 도시인들도 장소상실의 피해자이다. 장소상실의 문제 극복을 당대와 미래 세대의 과제로 요청할 때 생각해야할 장소는 집 뿐 아니라 집의 주변 세계와 이웃 세계마저 포괄하는, ‘둘레삶터’라 부를 만한 삶의 환경이다. 저자는 이상적 둘레삶은 “둘레삶터와 평화 관계를 형성하며 평화를 삶의 원리로 삼는 삶일 것”이라고 한다. 철두철미 존재의 상호연접성에 대한 이해에서 평화가 시작된다고 보는 저자에게 생태관심과 생태소양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저자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압축성장과 산업화, 민주화 결과 국가주의 문화와 극자본주의, 극소비주의, 고속과 하이테크 지상주의로 봉착한 현재 한국을 미술 작품을 매개로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한국 사회 발전의 근본 동력이 되어 온 서구 추구 멘텔리티를 재검토할 것을, 전 사회구성원이 사회 최상 가치로 내면화하여 당연시한 근본 가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환경철학과 문명론, 평화학을 연구하는 자로서, 사화정의와 지속가능성, 심미적 창조성의 존재론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저자가 내놓는 제안은 ‘단순’과 ‘평화’이다. 욕망이 최종심급인 오늘에 저항하는 주체성의 삶은 단순의 삶이며, 이를 위해 평화의 기술이 긴요하다고 한다. 이때 평화는 대(對) 타자상의 비폭력이다. 저자는 사색을 통해 자연 사물과 평화 관계를 맺고, 사물을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교감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둠”을 제안한다. 이렇게 평온과 안식에 머무르는 정신은 결핍된 존재, 미도달의, 미끄러지는 존재가 아니라 ‘도달된’ 존재라고 한다. 도달! 우리는 우석영의 또 다른 철학 산문을 읽으러 책을 찾는다
(작성자: 시민서평단 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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