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 저자 :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 홍한별 옮김
  • 출판사 : 민음사
  • 발행연도 : 2021
  • ISBN : 9788937417566
  • 자료실 : [분당]문헌정보실
  • 청구기호 : 843.6-ㅇ787ㅋ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 ”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발표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화제인 작품이다. 그렇게 큰 상 이후 작가는 어떤 작품을 쓰게 될까 기대들 했지만 책은 노벨상 수상 당시 이미 3분의 1이 쓰인 상태였고, 작가는 상 수상의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수상 이후 집필을 계속했다고 한다. 스토리나 모드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애초에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기획되었다가 (어른들을 위한) 소설로 탄생한 <클라라와 태양>은 읽고 나면 과연 동화구나 싶다, 어른을 위한! 실제로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작가는 결말이 너무 슬프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 로봇과 유전자 편집이 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점차 사람을 ‘대체’하고 사람들은 직장에서 쫓겨난다.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유전자 편집’을 통해 ‘향상’시켜 상위 대학에 진학시키고 장차 높은 계급으로 진입하게 한다. 형편이 안 되거나 신념의 차이로 ‘향상’되지 못한 아이들은 낮은 계급으로 가게 될 운명이다. ‘향상’된 아이들에게도 위험은 있다. ‘향상’은 아이를 아프게 하기도 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향상’되어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거나 아파서 집에 있는 십대 아이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 이른바 인공친구(AF)가 제작·판매되는데 클라라도 그중 하나다.

에이에프 클라라는 ‘향상’ 때문에 아픈 소녀 조시의 친구가 되어 조시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임무를 다할 뿐 아니라 조시가 나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조시의 병세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되는 듯하자 클라라에게 처음엔 암묵적이었던 또 다른, 비정한 임무가 제시되기도 하는데 이는 작가가 인간 영혼의 고유성 혹은 특별성에 대해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클라라 역시 끝까지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한다. 선한 목적(친구)으로 프로그래밍 되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지능을 가진 기계인 클라라는 희박하지만 조시가 나을 가능성을 읽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이는 ‘마치 세상에 갓 도착한 아기처럼 처음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의 관계를 관찰’하기 때문이며 ‘다른 곳에서 가져온 편견과 가치관이 거의 없’고, ‘단순하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의 제한된 관찰 중심에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이시구로의 태양은 ‘어떤 훌륭하고 선한 존재’이며 ‘늘 모든 인간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이다.

제목이 <클라라와 조시>였다면 우리는 인공친구 클라라와 아픈 십대 소녀 조시의 관계 내지 우정에 집중하며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은 <클라라와 태양>이다. 화자도 클라라 1인칭이다. 우리는 클라라에 집중한다. ‘거의 백지 상태로 소설에 들어’와 제한된 관찰 자료로 이상한 결론을 내리기도 하지만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관찰을 이어가는 클라라에 바짝 붙어, 클라라와 함께, 클라라처럼,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듯, 선입견이나 편견이 거의 없는 듯 사람들과 그 관계들, 세상을 관찰한다. 평등한 관찰이라고 할까?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평등한 관찰을 하는 동안 어느 사이 차분해진 자신을 발견하며 소설<클라라와 태양>을 읽는 것이 마치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 듯하다. 평등한 태양의 빛, 평등한 태양의 자양분, 평등한 태양의 돌봄! 그리고 마인드풀니스 클라라!
 
(작성자: 시민서평단 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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