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나날의 마음 : 문광훈의 미학에세이
예술과 나날의 마음 : 문광훈의 미학에세이
  • 저자 : 문광훈 지음
  • 출판사 : 한길사
  • 발행연도 : 2020
  • ISBN : 9788935663385
  • 자료실 : [분당]문헌정보실
  • 청구기호 : 601.04-ㅁ718ㅇ
 가장 일상적인 것은 지구의 무게를 지닌다.”양장본 책 앞표지에 실린 발터 베냐민의 글이다. 이 글귀를 읽은 지인은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을 겪으니 이 글귀가 더욱 와 닿는다고 했다. 문광훈은 자신의 미학에세이 앞표지에 왜 베냐민의 이 글귀를 실었을까. 제목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예술 활동을 하거나 예술을 경험하고 향유하는 것과 그런 나날 속의 마음과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지시하다. 그런 관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앞서 우리 도서관 4월 권장 도서목록에서 추천 도서로 골랐던 윌리엄 모리스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과 연관성이 있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책은 고야나 렘브란트, 카라바조나 페르메이르의 그림에 대한 해설과 ‘형상’이나 ‘바로크’ 또는 ‘숭고’ 같은 주야 미학 개념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눈먼 호메로스 그림을 두고 시와 철학의 관계를 성찰하고 있고, 제인 오스틴에 기대어 ‘삶을 사랑하는 방식’을 살펴보기도 한다. 샤르댕의 정물화와 코로의 풍경화를 통해 그림의 시적 성격을 고찰하고 나치즘 체제에서 고통을 견뎌낸 루치지코바의 바흐 이야기도 담고 있다. 부헨발트 수용소에서는 문화와 야만의 착잡한 얽힘을 되돌아보고 있다. 일단 문광훈의 글은 윌리엄 모리스가 장식예술을 통해서 노동하는 자의 노동이 예술로 이어지는 즐거운 삶을 회복하고자 하는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문광훈은 이 책을 통해 예술과 예술을 대하는 나날의 마음을 연결 짓고자 한다.
 문광훈에게 그림을 본다는 것,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음악을 듣는다는 것, 누구와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어느 도시의 거리를 걷고 그 골목을 기웃거린다는 것은 모두, 조금씩 종류는 다른 채로, 하나의 풍경, 세상의 다른 풍경을 만나는 일이다. ‘느낌의 풍경’이자 ‘생각의 풍경’을 경험하는 일이고, ‘나날이라는 현실의 풍경’을 체험하는 일이다. 이 느낌과 생각과 나날이 우리 삶을 구성한다. 예술작품은 그 풍경을 좀 더 정제된 방식으로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좀 다르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지구의 무게를 지닌다면 그 일상을 더 정제된 방식으로 드러내 보인 예술은 더욱 무게 있는 것일까. 나날의 생활 속에 자리하는 예술은 문광훈에게 “더 높은 현실에 대한 갈망”이고 “더 나은 삶을 조직하려는 의지”이다. 종내 문광훈의 “삶을 추동하는 근본 에너지다.”
 미학적 인문학자로서 문광훈은 “더 나은 현실은 오직 ‘심미적으로만’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보는 만큼 예술을 통한 자기변화에 역점을 두고 그것을 개인의 자율성에 의한 자기변화로 매김한다. 그에게 나날의 마음은 곧 퇴계가 죽는 날까지 견지했던 “나아지려는 마음(上向之心)”이고 이를 위해 나날의 생활 속에 예술이 자리하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가 책 속에서 소환한 예술 작품들의 감상과 성찰을 통해 나날의 마음이 어떻게 나아지는지, 나아짐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행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그의 나아짐의 기쁨을 공유하지 않더라도 어법이나 문체, 내용에 있어서 간결하고 정확한 글, 혹자는 산문시라고 칭찬하기도 하는 그의 글을 읽는 기쁨은 누릴 것 같으니 말이다.
(작성자: 자원봉사자 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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